“혼져옵서예!” 푸조 508SW

남들이 춥다고 엄살을 피울  쯤 우리는 피크닉을 떠나기로 했다. 이왕 마음 먹었으니 경치도 좋고 아직 공기가 따뜻한 그곳에 가보기로 작정했다. 바로 제주도. 그곳에서 거창한 피크닉은 정말 처음이다. 다소 무모해 보였지만 연비도 좋고 트렁크가 여유로운 푸조 508SW 동행했다

2.jpeg

3.png

[장흥 노력항에서 제주 성산포항까지 운항 거리는 111km,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늘 비행기를 타고 가던 곳이지만, 이번엔 곤란하다. 푸조와 함께해야 하니까. 제주도까지 차를 가져가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았다.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12시간에 걸쳐 가는 방법부터 목포, 해남, 장흥에서 페리를 타고 제주도에 있었다. 중에서 에디터가 선택한 방법은 장흥 노력항에서 출발해 제주도 성산포항에 도착하는 코스였다. 이유는 단지 배를 타고 가는 소요시간이 2시간 30분으로 가장 빨랐기 때문. 에디터는 장거리 운전보다 배멀미가 진심으로 두려웠다.

4.JPG

5.jpg

[푸조 508SW의 트렁크 용량은 최소 560ℓ~1,865ℓ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우리는 굳이 폴딩할 필요도 없었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서울 한남 IC 기준 장흥 노력항까지 편도만 420km 육박하는 거리다. 출발에 앞서 508SW 전동 개폐 트렁크를 열어 피크닉 장비를 꾸역꾸역 실어 넣기 시작했다. 타프와 테이블, 캠핑 체어를 비롯해 촬영을 위한 카메라 장비까지 많이도 실었지만 왜건의 트렁크는 여유롭게 짐을 삼켰다. 이제 짐도 두둑히 채웠겠다, 에너지 드링크를 쭈욱 들이킨 출발을 재촉했다

6.JPG

우선 기름을 가득 먹여야지.  탱크 트립 컴퓨터가 예상한 주행 가능 거리는 800km. 하지만 경부 고속도로에 올리자 주행 가능 거리가 점점 늘어나더니 어느새 1,080km 표시했다. 평균 90km/h 속도로 순항하는 508SW 조용하고 안락하게 서울을 빠져나갔다. 푸조의 2.0L HDi 엔진은 주행하면서 더욱 조용해진다. 풍절음이나 노면소리도 잡혔기 때문에 실내에선 정숙한 패밀리카의 진면목이 슬슬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7.jpg

[고속도로에 올리자 주행 가능 거리가 1,080km까지 늘어났다. 당시 평균 연비는 18.1km/l를 기록했다.]


2.0L HDi 엔진은 낮은 회전에서도 최대토크가 툭툭 터져 나온다. 확실히 1.6L보다 여유 있는 반응이다. 차체 사이즈에 비하면 결코 엔진은 아니지만 고속주행에서도 추월은 쉽게 주문할 있다. 토크컨버터 방식의 6 변속기도 마음에 든다. 208 308 적용된 MCP 미션보다 연비에서 손해를 봤지만 변속 능력은 확실히 이쪽이 고급스럽다. 하지만 줄기차게 달려도 장흥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다. 네모난 시트에 처박힌 엉덩이가 슬슬 배기기 시작했다.

8.jpg

장흥IC 도착하고도 노력항은 한참이나 들어가야만 했다. 중간엔 시내 도로를 지나서 와인딩로드를 살짝 넘어야 한다. 푸조는 언제나 굽이진 와인딩로드를 야무지게 돌아나간다. 508SW 예외는 아니었다. 육중한 몸매에도 가벼운 거동으로 가뿐하게 움직인다. 패들 시프트도 달렸기 때문에 입맛대로 기어를 물리고 언덕을 오르내렸다. 덕분에 장시간 운전이 재미있었다면 그건 거짓말 일테고, 그나마 지루한 순간을 잠시나마 잊을 있었다.


9.JPG

10.JPG

[푸조 508SW는 수입차종 중 운임료가 가장 저렴하다.]


제주도로 떠나는 배편은 하루에 한번! 오전 8 50분에 출발한다. 장흥에서 하루를 묵고 새벽부터 일어나 노력항 여객 터미널로 가야 한다. 여유 있게 도착했음에도 벌써 기다리는 사람으로 붐빈다. 사람 뿐만 아니라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들도 길게 줄을 서있다. 차량 선적은 차종에 따라 5 8천원~14 8천원 정도. 수입차에 해당하는 푸조 508SW 8 8천원으로 수입차 중에선 가장 저렴하다. 간단한 선적 절차만 마치면 마침내 차를 배에 실을 있다.

11.JPG

[배안으로 들어가면 지하주차장 마냥 뱅뱅 돌아 3층까지 올라갈 있다. 주차 브레이크를 채우면 휠에 고정 로프를 달아 단단하게 고정한다.]

12.jpg

[페리는 825석에 차량 80대를 수용할 있다. 복층 구조의 실내는 소소한 부대시설에 던킨도너츠까지 입점해 있었다.]

13.JPG

14.JPG

15.JPG

배멀미를 건지, 멀미약에 취한 건지 2시간 30분 간의 항해는 생각보다 금방 지나 어느새 제주도 성산포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다시 에너지 음료를 들이키고 제주의 유명 드라이브 코스를 찍어가며 최종 목적지인 협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사실 이쯤에서 슬슬 운전에 물리기 시작했. 그나마 동행한 에디터와 번갈아 운전하며 말동무가 되어 망정이지 혼자서 여행한다면, 아니 혼자서 운전한다면 극구 말리고 싶다. 이건 아마 페라리를 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6.JPG

[제주도에 위치한 다음커뮤니케이션 본사 사옥]


17.JPG

18.jpg

[제주도 월정리는 이국적인 경치와 예쁜 카페가 나란히 모여있다.]

19.JPG

다행히도 제주도의 날씨는 무척이나 따뜻해서 드라이빙 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거기에 제주도의 이국적인 드라이빙 코스도 한몫 했다. 때마침 글라스루프를 활짝 열어 파란 하늘을 그대로 담았다. 리어 시트에서 하늘을 감상하며 힐링하는 재미는 508SW 단연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에디터는 운전하느라 힐끔 힐끔 훔쳐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20.JPG

21.JPG


드디어 협재 해수욕장 한 켠에 마련된 야영장에 도착했다. 우선 지금까지의 평균 연비를 체크! 장흥까지의 고속도로 주행 70%정도와 장흥 시내와 제주도에서 국도 주행이 30%정도를 차지한다.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평균 연비는 16.6km/l. 유량계는 반이 넘도록 아직 여유가 많다. 이대로라면 중간 주유 없이 서울-제주 왕복을 기대해 볼만 하다.

22.jpg

C68E8590.jpg

드디어 에메랄드빛 바다 옆에 자리를 잡고 야자수를 배경 삼아 피크닉 준비를 해본다. 적당한 자리에 타프를 설치하고 테이블과 체어를 나란히 세팅하니 얼핏 구색이 갖춰 진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가솔린 랜턴으로 분위기를 잡고 아담한 화로에 모닥불을 피워 몸을 녹였다. 지금까지 함께 고생한 508SW 나란히 세워두니 그림이 예쁘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커피 한잔에 온몸이 노곤노곤… 시간 가는 모르고 피크닉은 계속 됐다.

24.JPG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은 다음날로 연기 됐다. 제주도에서 장흥으로 떠나는 배편 역시 하루에 한번 뿐이기 때문이다.]

25.JPG

[모든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성산포항에서 다시 페리를 기다렸다. 이제 장흥까지 2시간 30분만 기다리면 즐거운(?) 귀경길만 남았다.]

26.JPG

정작 장흥에 도착하자마자 귀소본능이 발동했는지 기운이 나고 묘한 집중력까지 생기더라. 흠이라면 고속도로에 올라간 508SW 본의 아니게 과속을 조금 해버린 것이다. 제주로 떠날 때의 연비 운전은 까맣게 잊고서 결국 1,070km 달려 서울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미 시간은 자정을 넘었지만 다행히 추가 주유 없이 완주할 있었다. 마지막으로 트립모니터가 표시한 평균 연비는 15.8km/l. 역시 공인연비 14.8km/l 보다 1km 정도 나왔다.

27.JPG

제주도에서의 짧은 피크닉에 비하면 치열한 일정이었다. 운전도 많이 하고 배도 타야 한다. 그래도 형편없는 렌트카 여행보다 훨씬 낭만적이었다. 몸에 익숙한 자차를 가지고 예쁜 장비를 가득 실어 떠나는 제주도 여정을 꿈꾼다면 한번 도전해보길. 덕분에 에디터는 지나가는 508SW 보면 내 차인 것처럼 정겹게 보인다.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