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VS 하이브리드 한판 승부!

요즘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아무래도 연비가 아닐까? 시장 상황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수입차 시장에는 이미 유럽 디젤 모델들이 엄청나게 팔리고 있고, 우리나라 차량들도 수입차를 견제하기 위해 디젤 모델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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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본은 하이브리드를 줄기차게 밀고 있다. 유럽은 디젤, 일본은 하이브리드인 셈. 이번 시승의 목적은 일본 하이브리드와 독일 디젤 차량의 연비 맞대결(?)을 벌이기 위해서다. 대결 상대는 토요타 프리우스와 폭스바겐 폴로. 토요타 프리우스의 신연비는 리터당 21km, 폭스바겐의 폴로의 신연비는 리터당 18.3km다. 제원상의 연비만 놓고 비교한다면 프리우스가 리터당 2.7km 더 달릴 수 있다. 두 모델 연료 탱크의 용량은 45리터. 같은 코스를 다닌다면 어느 쪽에 먼저 연료 보충 불이 들어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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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에 앞서 고민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디젤은 고속도로 주행에서 유리하며 하이브리드 차량은 시내 주행에서 유리하기 때문. 양측 선수에게 공평한 싸움이 될 수 있도록 고심해서 코스를 짰다. 첫 날은 시내에서만 운행하고, 둘째 날은 국도를 타고 속초까지 간 후 돌아올 때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코스로 잡은 것이다. 참고로 프리우스 도심 연비는 21.7km/l, 고속 연비는 20.1km/l 이며, 폴로 도심 연비는 16.4km/l, 고속 연비는 21.3km/l 다. 제원표만 봐도 프리우스는 도심에서 유리하고, 폴로는 고속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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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두 모델 다 연료통 입구까지 찰방찰방하게 연료를 가득 채웠다. 트립을 리셋한 후 본격적으로 시내 주행에 나선다. 금일 시내 주행은 ‘서울시 구청 투어’로 명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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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서 가장 가까운 강동구청을 시작으로 강서구청, 구로구청, 은평구청, 강북구청, 서초구청, 송파구청을 순방했다. 일부러 특정 우선 순위를 두진 않았고 시계 방향으로 크게 돌아 다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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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주행에서의 연비를 충분히 확인하고 싶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내 평생 살아온 서울이 이리도 차가 막히는 도시였던가. 테스트 당시의 도로 상황은 많은 거리를 달리기엔 무리였다. 꽉 막힌 도로에서 답답한 한숨만 내쉬어야 했다. 해가 지고 나서도 한참 달렸지만, 고작 108km 정도 밖에 운행하지 못했다. 게다가 유량 게이지는 꿈쩍도 하지 않아서 허탈한 시승만 계속 되었다. 아무래도 주유를 너무 야무지게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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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성적표 공개 시간! 두 모델 모두 트립을 보면 운행 거리가 108km로 같은 거리를 운행했음을 알 수 있다. 프리우스는 6.4리터로 100km를 운행한다고 트립이 말하고 있으니 환산하면 연비가 15.6km/l라는 걸 알 수 있다. 신연비가 21km/l이니 25% 정도 적게 나왔다. 폴로는 같은 거리를 운행했지만 14.9km/l의 연비를 보여주고 있다. 신연비가 18.3km/l이니 20% 정도 적게 나왔다. 이것으로 1차전 도심 연비 레이스는 프리우스가 승! 하지만 둘의 차이는 아주 근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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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누적 연비로 한꺼번에 계산하고 싶었지만 폴로의 전날 성적표가 리셋이 되어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연비가 리셋 되는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국도와 고속도로 운행에 앞서 두 모델 모두 리셋하기로 했다. 오늘은 팔당대교에서 출발해 속초까지 이동 한 후 영동 고속도로를 이용해 돌아오는 코스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얀 눈이 뒤덮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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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부근을 지날 때부터 눈 발이 제법 날리기 시작했다. 연비 테스트도 좋지만 우선은 안전이 문제였다. 강원도 산길에 눈이 쌓이면 운행하기가 힘들어서 자칫 이번 테스트를 마무리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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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쌓이기 시작하니 두려워졌다. 스포츠 타이어를 신고 있는 폴로는 너무 위험했다. 살짝 브레이크를 밟아도 엉덩이를 살랑 살랑 흔들어댄다. 프리우스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나 한적한 국도지만 도저히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 연비 운전을 위한 정속 주행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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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눈길을 헤쳐 나와 속초에 도착해 보니 여기는 마치 다른 나라처럼 눈이 내리지 않은 모양이다. 노면 상태도 좋고 한적하니 달리기 딱 좋은 고속도로에서 둘의 주행은 계속 됐다. 그와중에 폴로와 프리우스를 번갈아 시승한 에디터K(김장원 기자)가 무전으로 넋두리를 늘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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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원 기자:

연비 배틀로 기획을 정했으니 우악스럽게 달릴 생각도 없다. 어차피 폴로나 프리우스 모두 출시 시점이 한참이나 지났기 때문에 주행 성능은 익히 알고 있겠지. 하지만 폴로의 달리는 맛은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렇게 컴팩트한 사이즈에서 우러나오는 묵직한 장맛(?)이야말로 폴로의 가장 매력이기 때문이다. 저속이건 고속이건 솔직하고 성숙한 주행감각은 프리우스와 번갈아 운전할 때마다 비교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맘에 드는 아니다. 남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DSG 변속기는 저속에서 유난히 신경질을 부렸다. 특히 1단과 2단을 애매하게 오르내리는 속도에서 까칠함은 도드라진다. 연비와 변속 속도를 잡았다고 하지만 눈이 내리고 도로가 막히면서 가속 페달에 반응하는 변속 히스테리가 신경이 쓰였다. 때마침 폭스바겐의 리콜 조치도 시행됐던데 아무래도 문제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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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원 기자:

프리우스는 어떻게 몰아도 순한 양처럼 순종적이다. 조금만 밀어 붙여도 어찌나 가련한 비명을 질러 대는지 졸지에 약자를 괴롭히는 악당이라도 돼버린 기분이다. 굳이 좋게 해석하자면 순하고 부드러운 주행 감각이지만 아무래도 드라이빙 매력을 갈구한다면 차라리 기가 막힌 오른발 신공으로 연비 기록을 세우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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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관령부터 또 다시 엄청난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차간 거리를 멀찌감치 유지하고 안전 운전에 집중해야했다. 폴로는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전환하고 기어를 내리면서 엔진 브레이크를 유도했다. 한편 프리우스 경우는 CVT 변속기가 달린 터라 별다른 수동 모드가 없었다. 하지만 엔진 브레이크 대신 B모드를 적극 활용하면 엔진 브레이크와 동일한 효과를 얻으면서 배터리 충전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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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사고를 목격했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눈길에서는 절대 과속은 금물이다. 다행히 사고 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는 부상이 없어 보였지만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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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려 영동 고속도로에서 중부 고속도로로 갈아타려는데 프리우스팀에서 무전이 날아왔다. “불 들어왔어” 주유를 가득한 프리우스가 달린 거리는 시내 주행과 고속 주행을 합하여 591km다. 국도와 고속도로 주행 연비는 16.6km/l. 첫 날 시내 주행 연비와 불과 리터 당 1km 차이 밖에 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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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로는 기특하게도 그보다 많은 주행을 해냈다. 675km를 달리고 나서야 연료등에 불이 들어온 것이다. 국도와 고속도로 주행 연비는 18.9km/l로 신연비보다 높게 나왔다. 비록 전날 연비기록이 모두 리셋됐기 때문에 아쉬웠지만 아무튼 2차전 고속 연비 레이스는 폴로가 승리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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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의 습관에 따라 연비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세명의 에디터가 수시로 차량을 번갈아 가면서 주행했다. 또한 이번 시승에서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해 애쓴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주행 거리를 보면 알 것이라 생각한다. 급가속도 많이 하고 때론 과속도 했다. 물론 눈이 오는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서행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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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전을 모두 치룬 결과, 도심에선 디젤보다는 하이브리드가, 고속에선 단연 디젤이 연비가 좋았다. 프리우스의 경우 시내 주행과 고속 주행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는 못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비슷한 실연비를 보인다고 평가하는 것이 맞겠다. 반면 폴로는 시내와 고속주행의 연비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덕분에 동일한 주유량으로 주행 거리 배틀은 당연히 폴로가 승리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테스트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도심 주행 구간이다. 하루 종일을 할애했지만 너무 막히는 교통 상황에서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없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도심 주행을 더 해보고 싶었지만 시승 일정에 맞춰진 시간이 있기에 사실상 불가능했다. 기회가 된다면 시내 출퇴근으로 얼마나 탈 수 있는지 테스트 해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