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냐, 디젤이냐

연비를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면 차량 구매를 앞두고 “디젤이냐, 하이브리드냐”하는 선택지를 받게 된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디젤 엔진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물론 디젤 엔진을 장착한 모델보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수가 훨씬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고를 수 있는 모델 수가 많기 때문에 디젤 엔진의 판매량이 많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이브리드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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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연료효율이 좋은 디젤 엔진을 무기로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반면 일본은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디젤과 하이브리드 차량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성적표를 보면 유럽산 디젤로 많이 기울고 있는 상황. 대표적인 모델로는 골프와 프리우스가 각각 디젤과 하이브리드의 얼굴을 맡고 있다. 일단 이 두 모델을 살펴보며 디젤과 하이브리드의 특징을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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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나가는 모델이다. 특히 7세대로 넘어오면서 그 인기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해치백의 대명사로 불리며 국내 해치백 시장에서도 골프의 비중은 엄청나게 크다. 탄탄한 주행성능과 높은 연료효율, 나무랄 데 없는 디자인이 더해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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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의 대명사다. 1997년에 데뷔했으며, 현행 모델은 3세대로 2009년도에 등장했다. 하이브리드의 최대 장점은 정숙함이다. 가솔린 엔진이 디젤 엔진보다 조용하고 진동이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 전기모터로 차량이 움직일 때는 반들반들한 대리석 위에서 유모차를 모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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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1.6ℓ, 2ℓ 디젤 엔진과 가솔린 엔진의 고성능 버전인 GTI, 디젤 엔진의 고성능 버전인 GTD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반면 프리우스의 경우 트림은 세분화 되어있지만 파워트레인은 같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좁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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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의 판매량을 보면 2014년 1월 86대, 2월 49대, 3월 110대, 4월 152대, 5월 140대를 판매했다. 반면 골프의 경우 1월 837대, 2월 647대, 3월 485대, 4월 427대, 5월 396대로 판매량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골프의 수요 대비 물량이 부족한 상황임을 감안하고, 실수요만 따진다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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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를 보면 프리우스가 앞선다. 복합연비는 21km/ℓ로 골프 1.6ℓ 디젤 엔진의 18.9km/ℓ보다 ℓ당 2.1km 효율이 좋다. 얼마 전 기어박스에서는 프리우스와 폴로의 연비 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 참고로 제원상으로는 폴로보다 골프(1.6TDI)의 연비가 더 좋다. 시내 구간에서 실연비를 테스트했고, 다음날 고속도로에서 실연비를 테스트했다. 결과적으로는 폴로의 실연비가 더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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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와 디젤의 경쟁에서 디젤이 앞서가는 현상에는 많은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제일 먼저 수입차를 구매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나이가 젊어짐에 따라 ‘운동 성능’을 중시 여긴다는 이야기다. 프리우스의 연비가 뛰어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연비를 제외하면 내세울 점이 뭐가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반면 골프를 포함한 유럽차의 경우는 굳이 하체 세팅을 언급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오너들이 만족할 만한 운동 성능을 갖고 있다. 연비만 좋고 운동 성능과는 거리가 멀 것만 같은 푸조나 시트로엥 역시 하체 운동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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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타겟층의 연령이 높은 BMW 5시리즈나 렉서스 ES를 보자. 앞서 언급된 골프나 프리우스보다는 높은 연령대의 오너들이 구입하는 차량이다. 프리우스의 판매량보다는 ES의 판매량이 많다. 프리우스에 비해 ES의 출력과 내부 공간, 운동 성능이 그나마 좋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ES(하이브리드 포함)의 판매량을 보면 2014년 1월 264대, 2월 200대, 3월 486대, 4월 471대, 5월 405대다. 반면 5시리즈의 경우 1월 1429대, 2월 1282대, 3월 1353대, 4월 1507대, 5월 1103대의 판매량을 보인다. ES는 가솔린 엔진을 얹은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로 나뉘면서 선택의 폭이 소폭 생긴다. 하지만 5시리즈에 비할 바는 아니다. 판매량부터 많은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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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도 하이브리드 차량이 있지만 우리나라 시장에서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디젤 엔진 도입에 꽤 적극적인 모습이다. 얼마 전 출시한 Q50의 경우 인기몰이를 제대로 하고 있다. 물론 인기가 많은 건 디젤 모델이다. Q50 하이브리드도 있지만 아무래도 디젤 열풍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닛산은 올 가을 쯤 캐시카이 디젤 모델을 런칭해 디젤 트렌드에 동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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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가 내키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얼마전 지상파 뉴스에서 렉서스 LS600h를 운행 중인 김모 씨가 하이브리드 시스템 이상으로 700만원을 내고 배터리를 교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는 엔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짧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하이브리드가 주력인 렉서스 딜러는 반영구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보증기간은 생각보다 짧다. 제조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5년 이하가 대부분. 보증기간 이후에는 사비로 고가의 배터리를 교체해야한다. 연비가 좋기 때문에 몇 년간 아낀 기름값을 배터리 교환으로 한방에 쏟아 부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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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요즘 자동차 구매하면 길어야 5년 타는데 5년 안에 배터리에 돈 들 일 없다’고. 그럼 5년 후에 차는 폐차할 것인가? 그런 논리라면 하이브리드 중고차는 사면 안되는 것 아닌가. 중고로 넘길 때 배터리라도 교체해줘야 한다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