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를 자극하는 마성의 MINI

새로운 미니를 만난 건 지난 4월 신차 발표회 현장이었다. 내심 더 예쁜 미니를 기대했지만 성형에 맛들인 미니는 부담스럽게 얼굴을 고치고 나타났다. 안팎으로 완벽한 진화라고 자랑했지만, 붓기가 덜 빠진 미니 모습이 눈엣가시처럼 거슬린다. 그러던 미니가 능청맞게 에디터를 따랐다. 자칭 고성능 모델인 미니 쿠퍼 S가 그 주인공이다. 부담스럽지만 새빨간 미니는 주위 시선을 낚는 마성의 자동차였다.


미니는 예쁘다 VS 미니는 못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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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백으로 독특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은 다름 아닌 미니의 설계 철학이다. 성인 4명을 태우고 트렁크에도 충분한 짐을 실을 수 있는 소형차의 목표가 어느덧 미니 디자인의 핵심이 됐다. 오직 2개 뿐인 도어와 해치백 조합은 백번 옳다. 필러가 없는 윈도우와 시원하게 이어진 사이드 윈도우는 예쁜 디자인의 아주 좋은 예. 신형 미니도 전형적인 디자인 전통을 고집스럽게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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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인 코멘트지만 이제부터는 나쁜 예다. 보행자 충돌을 고려한 설계 때문에 턱이 비죽 튀어나왔다. 이전에 코가 뭉개진 불독처럼 앙증맞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메기처럼 나온 주둥이가 꽤나 밉상이다. 범퍼 아래는 굳이 필요 없는 에어 인테이크까지 욱여넣었다. 어떻게해서든 고성능 미니란 사실을 티 내고 싶은 모양이다. 다행히도 풍만하고 빵빵한 뒤태는 끝까지 고집한다. 테일 램프도 덩달아 커졌지만,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앙증맞고 섹시하다.


끼 부리는 미니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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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미니는 첫 만남부터 꽤나 부담스런 존재였다. 새빨간 보디 컬러에 앙증맞은 디테일로 시종일관 에디터를 자극하는 고약한 취미를 갖고 있었다. 굳이 내숭을 떨거나 겸손을 떠는 법도 없다. 말괄량이 소녀처럼 시종일관 끼를 부리며 까불기 시작했다.

1. 빨갛게 달아오르는 스타트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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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실내 주차장에서 첫 만남은 사실 눈에 띌 게 별로 없었다. 별 생각 없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시동을 걸려는데, 스타트 버튼 주위가 빨갛게 달아오른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연동되어 빨리 시동을 걸어 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2. 센터 LED 인디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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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이 돌아가면서 센터 LED 인디케이터는 화려하게 오르내린다. 볼륨을 조절하면 노란색으로, 실내 온도를 조절하면 빨갛고 파랗게 반응한다. 때론 너무 화려하고 유치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진다. 오히려 확실한 정보 전달에 고마워할지도 모른다.

3. 없으면 섭섭한 H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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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윈드실드에서 정확하게 투영되는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원한다. 하지만 미니 쿠퍼 S의 HUD는 보조 렌즈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다행히도 정보 내용 만큼은 남 부럽지 않을 정도. 내비게이션의 길 안내부터 블루투스 통화 내역까지 똑 부러지게 보고한다.

4. 성격이 명확한 세가지 드라이브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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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레버 하단에 마련된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는 스포츠, 미드, 그린으로 구분된다. 미니 쿠퍼 S는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확실하게 반응한다. 그린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 반응이 무뎌지고 코스팅(타력 주행) 기능이 살아난다. 미드 모드는 가속 페달의 주문을 부지런히 살피며 드라이버 기분을 맞춘다. 스포츠 모드는 마치 성난 고양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고 고집스럽게 달리기를 부추긴다. 참고로 센터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익살스러운 그래픽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5. 스포츠 모드의 특권, 디팝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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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쿠퍼 S는 굳이 겸손 떨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에서 기어 레버를 스포츠(수동)로 전환하면 머플러에서 팝콘 튀기는 소리를 요란하게 지른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니의 어쿠스틱 기능이 활성화되는 순간이다. 한창 달리다가 가속 페달을 떼면 귀여운 ‘ 디셀러레이트 팝핑 사운드'(Decelerate Popping Sound)가 펑펑 터진다.

6. i-Drive가 부럽지 않은 미니 조이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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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미니에 탑재된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 이름은 바로 ‘미니 조이스틱’이다. 센스있는 작명에 BMW i-Drive의 충실한 기능성까지 담았으니 더 이상 BMW가 부럽지 않다. 사용법은 BMW와 상당히 유사하며 터치 패드를 지원해 손가락 글씨까지 똑똑하게 인식한다.


가성비 좋은 어른들의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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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엔진은 500cc 실린더를 규격화한 모듈러 엔진인다. BMW는 미니와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를 위한 트윈파워 터보 엔진을 선물했다. 덕분에 미니 쿠퍼 S는 총 4개의 실린더와 터보차저를 더해 2.0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 출력은 192마력, 최대 토크는 28.6kg·m로 이전 모델(R56)보다 각각 4%, 17% 성장한 수치다. 실제로 가속 페달에 반응하는 추진력은 분에 넘치는 수준. 처음부터 두툼한 저속 토크가 등허리를 밀어내더니, 곧이어 앵앵대는 사운드를 내지르며 끈기있게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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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핸들링과 승차감은 이전 모델과 명백하게 차별화를 두고 있다. 이전 미니(R56)가 순수한 고카트 필링을 선사했다면, 신형 미니(F56)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승차감을 더 챙긴 모습이다. 자비로운 변화로 순수한 핸들링 재미는 퇴색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균형을 고려해 완성도가 높은 쪽은 오히려 신형 미니 쿠퍼 S다. 이제 허리 아프다며 불평하는 잡음까지 확실하게 잡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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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쿠퍼 S는 여전히 뜨거운 존재다. ‘미니’라면 당연히 패션카로 인정받는 추세지만, 사실 미니 쿠퍼 S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작은 체구에 튼튼한 근력으로 0-100km/h를 6.7초 만에 돌파하고, 후륜 멀티 링크 서스펜션 구조는 동급에선 구경하기 힘든 오버 엔지니어링이다. 왕년에는 험난한 랠리도 경험했으며, 여전히 원메이크 레이스를 현역으로 뛰는 이력도 남다르다. 미니(쿠퍼 S)는 겉멋으로 치장한 패션카이기 앞서 실전에 강하고 주행 본질에 충실한 원조 핫해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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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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