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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가이의 귀환, '레인지로버 스포츠'

2013.10.18 / wasabi


업그레이드(upgrade)란 단어에 몹시도 인색한 랜드로버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역시 9년 만에 신형 모델을 선보인 것. 레인지로버는 지난 2005년 첫 데뷔한 랜드로버의 5번째 양산차 모델로 이보크와 더불어 랜드로버 브랜드에서 '스포티'함을 맡고 있는 캐릭터다. 

1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세상에 선보일 무렵, 다른 경쟁사들은 주력 SUV 모델로 카이엔, X5, Q7 등을 속속 선보였다. SUV붐으로 인해 인기가 날로 치솟았고 이를 위한 대항마로 개발한 모델이 바로 레인지로버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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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용 프레임을 가지고 태어난 경쟁사 모델과 달리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랜드로버 그룹 내에서 레인지로버 다음 서열로 이보크를 밑에 두고 있었다. 보닛 앞에 'RANGE ROVER'라는 이름을 3가지 모델에만 붙일 수 있다. 당시 최신형 플랫폼인 디스커버리3(2004년 출시)를 베이스로 서둘러 신형 모델을 개발하는 게 급선무였다. 

2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 모델은 기존과는 다르다. 최상위 라인업인 레인지로버의 알루미늄 프레임과 동일한 재질을 고스란히 쓸 수 있게 됐다. 가볍고 단단한 모노코크 프레임이야말로 레인지로버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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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본격적으로 달릴 채비를 끝마친 기색이 역력하다. 운전자가 달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센터페시아의 스위치는 기존 모델에 비해 절반 가량 덜어냈다. 주행성과 승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휠베이스를 178mm나 늘인 덕분에 뒷자리 무릎 공간은 24mm가 늘어났다. 스티어링 휠의 지름을 줄이고 전통적인 방식의 드라이브 셀렉트가 아닌 커맨드시프트2 기어 노브를 달았다. 구동 방식은 풀타임 사륜구동으로 바뀌었고 기존보다 구동축 바퀴의 토크를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토크 벡터링 기술이 녹아들었다. 하체는 재규어 F타입 개발진이 팔을 걷어붙여 서스펜션을 다져 넣었다. 때문에 지구 상에서 가장 가혹한 서킷인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8분 35초에 주파한 SUV라는 타이틀을 얻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늘어난 건 여기까지다. 체중은 도리어 420kg이 줄었다. 이 모든 게 다 우주 항공 기술이 녹아든 리벳 본딩 방식의 알루미늄 프레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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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과 탈태는 항상 한 단어로 움직인다. 내부 뼈대가 바뀌었으니 겉모습이 바뀐 건 당연한 이치. 일단 외관은 4세대 레인지로버와 이보크처럼 ‘옆트임’된 눈매가 같다. 후면부와 사이드 라인은 영락없는 이보크. 레인지로버의 상징인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은 레인지로버와 같지만 단 2줄이다. 3줄은 오직 레인지로버에게만 허락된 숫자다. 별것 아닌데 섭섭하다면 다음 숫자에 주목할 것.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예전보다 훨씬 덩치를 키웠다. 먼저 자동차 3사이즈인 전장x전폭x전고는 각각 4850x1983x1780mm. 1세대 모델보다 전장과 전폭은 각각 62mm, 55mm 넓어졌고 높이는 4mm 낮아졌다. 

64년간 오프로드만 고집한 랜드로버의 자랑거리, ‘믿고 달리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 2)은 튼튼한 섀시와 진화한 전자장치의 만남으로 인해 결실을 맺었다. 일반, 잔디/자갈/눈, 진흙/요철, 모래, 돌길 등 총 5가지의 지형을 거리낌 없이 들쑤시고 다닐 수 있는 능력이다.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은 일반적인 주행에서 전후 구동력을 절반씩 나누지만 필요에 따라 모든 토크를 앞이나 뒤로 몰아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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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가 갈 수 있는 곳은 비단 길 뿐만이 아니다. 4코너 에어 서스펜션은 최대 135mm 까지 지상고를 높일 수 있고 수심을 체크하는 센서를 장착해 보다 적극적인 험로 탈출을 돕는다. 랜드로버에서 밝힌 수치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도강 깊이는 최대 850mm. 옆구리까지 물이 차오르는 곳도 이 녀석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산소 농도가 바닷속과 비슷한 최저 58%의 극한 지역에서도 끄떡없이 잘 달리니 하늘과 가까운 고산 지역에서도 문제가 없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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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다. 애초에 이 녀석에 대한 성능 표기는 지양할 예정이었으니까. 결코 수치가 낮아서가 아니다. 계속 이어질 이야기는 직접 타 본 후에야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것도 이 차에게는 트랙과 같은 오프로드에서 말이다. 아스팔트 위에서 빨리 달리는 차는 쌔고 쌨으니까. 

랜드로버에서 만드는 자동차는 절대 평가보다는 상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으면 지성보다 감성이 동하는 까닭이다. 적어도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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