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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선의 하이브리드다!

2014.01.13 / wasabi

자동차는 감성에 충실한 차다. 굳이 지식이라는 잣대에 비춰가며 거창한 스펙을 읊조리지 않아도 타보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여실히 다른 결과로 나타나니까. 


지난해(사실, 오로라 헌팅을 위해 노르웨이를 일주일간 다녀오느라 해가 지났다), PS4 구입 셔틀부터 인피니티 G25 동행 시승까지… 일주일 동안 기아 K500h와 함께한 기어박스 에디터 5人의 5感을 기록한 메모장. 지금부터 공개한다. 



시감(視感) – K500h의 첫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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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는 그냥 K5일 때부터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실 하이브리드라고 크게 달라 보이진 않더라. 특유의 젊은 감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듯했다. 어쨌든, 하이브리드를 타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은 뒷좌석에 타고 마실을 다녀왔는데 이 부드러운 승차감은 뭘까.  -에디터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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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기대 없이 만난 K500h는 뜻밖에도 점잖게 체면을 지키고 있었다. 훤칠한 이목구비에 단정한 차림새는 기존 K5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뿐더러, 손발이 오그라드는 하이브리드 꾸밈은 최대한으로 절제하고 있었다. 자존심 때문인지 일부러 시크하게 다가갔더니 백미러가 펴지면서 웰컴 라이트로 친절하게 화답한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마음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에디터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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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예쁜 디자인과 현란한 편의 장비에 한눈 팔렸길래 본인은 주행 성능과 연비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 우선 K5 하이브리드에서 500h 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개명을 한건 제조사 마음이지만 렉서스와 이름이 비슷한 건 좀 보기 싫은 것도 사실이다.  –에디터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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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중엔 그래도 K5가 제일 예쁘게 생겼다. 지나치게 젊어 보이는 게 흠이라면 흠일까. 근데 이거 기존 K5랑 많이 다른 건가?  –에디터 H-


제일 마지막에 하는 말이지만(=에디터 다섯 명 중에서 마감이 제일 늦었다는 뜻…) 이 녀석을 가장 먼저 만난 건 나였다. 무뚝뚝한 탁송 업체 직원처럼 아무 말 없이 스마트키 꾸러미 만을 건네받은 후 길에 덩그러니 정차해 있는 녀석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데면데면했다.  –편집장 J-



청감(聽感) – K500h에서 들리는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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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은 대부분 시내에서 했기 때문에 교통 체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자연스레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EV모드로 조용하게 달렸다. 실내 소음의 척도는 나름대로 기준이 있는데, 같이 동승한 동료와 대화하면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조용한 차들은 목소리가 또렷하게 잘 들리기 때문이다. 특히 EV모드로 달릴 때는 렉서스가 전혀 부럽지 않을 정도.  –에디터 K-


지하주차장에 진입할 때는 그 파워풀한 라이트에 놀라버렸다. 숨소리도 없이 조용히 달리는 변태스러움이 첨엔 무섭지만 적응되니 쾌적 그 자체. 다른 차가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  –에디터 H-


저속에서 왱왱대는 모터 소리는 비행기에 올라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내는 또 어찌나 조용한지 고속도로를 타도 라디오를 듣거나 대화를 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다.  –에디터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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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느낀 소음은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모터로 구동될 때는 만족스러울 정도다. 뭐, 하이브리드 차량에게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다만 엔진이 깨어나면 다소 소음이 발생한다. 특히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음이 깔끔하지는 않다. 회전 질감이 거칠게 느껴진다.  –에디터 C-


모기 소리가 난다. 그것도 잠시뿐. 일단 차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엔진이 꿈틀거리지 않는 한,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차에서 ‘인기척’이 나지 않으니 행인 중 아무도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인도와 도로가 구분되지 않은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편집장 J-



미감(美感) – K500h가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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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여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건 시트였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문을 열면 시트를 뒤로 스르륵 밀어 공간을 넓혀줘 내리기 편하게 해준다. 소개팅에서 만난 의자를 빼주는 매너남 같다. 운전을 하러 다시 올라타 시동을 걸면 아까 세팅해 뒀던 상태로 변신하는 센스도 발휘한다. 아… 이러다 기아 빠순이가 될 것만 같다. 떠나 보내기가 영 아쉽군.  –에디터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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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는 원래 자동차 히터를 답답해하는 편이다. 제일 약하게 틀어도 금방 건조해지고 숨이 막혀온다. 그래서 차라리 시트의 열선만 켜두고 옷을 껴입는 게 낫다고 느낄 정도다. 그런데 K500h는 히터를 3~4단으로 틀어도 기막히게 쾌적한 온도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닌가. 언빌리버블! -에디터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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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내비게이션, UVO 등의 통합 인포테인먼트는 토종 제품이라 그런지 사용하기 편했다. 스마트폰, USB 같은 어떠한 MP3 음원을 재생해도 빵빵하게 스피커를 울리던 사운드는 합격점.  –에디터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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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실내 품질이 돋보였다. 기본에 충실한 NVH 성능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만남은 조용하고 안락한 콕핏을 만들기 위한 조합이니까. 여기에 넘치는 편의 장비를 조작하는 호사까지 누렸다. 숨겨진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하이브리드로 챙긴 연비는 덤일 테니.  –에디터 K-


난 선루프 마니아다. 선루프가 없는 차를 타면 줄곧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는 듯한 답답함을 느낄 정도니까. 시승 기간 동안 날씨가 꽤 쌀쌀했지만 파노라마 선루프 안쪽의 블라인드를 젖히고 틸팅까지 한 상태로 며칠을 함께 했다. 지금 내가 타는 차는 선루프가 없다. 그래서 가끔 이 녀석이 그립다.  –편집장 J-



촉감(觸感) – K500h에 올랐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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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핸들링을 이야기해보자. 아쉽게도 너무 헐겁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차체가 반 박자 늦게 움직이는 느낌이다. 물론 스티어링 휠이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맛은 전혀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나사를 꽉 조이지 않은 느낌이다. 불쾌하다. 한 두 번 코너를 돌아나간 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이동 수단 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팅이 어울리는 이들에게만 추천하고 싶다.  –에디터 C-


잘 정돈된 버튼들과 신선한 계기판 때문인지 자꾸만 국산차의 선입견이 무너지고 있었다. 솔직히 실속 있다는 수입차의 실내보다 안락하고 고급스럽다.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인테리어도 맘에 들고 열선 스티어링 휠까지 달려있는 풍부한 편의 장비는 국산차의 특권이자 가장 큰 장점이다. 가뜩이나 손이 찬 에디터가 가장 애용한 편의 장비이기도 하다.  –에디터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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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릴 때는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 매끄럽다. 도로 상황만 좋다면 늘 조수석에만 앉아 있는 나로서는 마치 사무실에 있는 듯한 평화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물렁하게 흔들리는 느낌에 멀미를 호소해야 했음. 다행히 운전자가(편집장 J를 말하는 듯 –편집자 주-) 나노 단위의 섬세 운전을 시전해 죽다 살아났다.  –에디터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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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운전해보니 더 매력적이었다. 솔직히 딱 100미터 가자마자 “대박!”을 외칠 정도였다. 승차감도 핸들링도 부드럽기 그지 없었다. 과장 좀 보태서 이 차를 탄 다음 쎄라토를 탔더니 노면의 상태가 엉덩이에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으니까. 쎄라토는 신호 대기 때마다 기어를 N으로 놓곤 했는데 이 차는 그럴 필요도 없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시동이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감이 안 와서 운전석에 앉아서 몇 번이나 시동을 껐다 켰는지 모른다.  –에디터 Y-


‘스르륵…. 위이이이잉….’ K500h의 주행 느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의태어나 의성어를 제외하고는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평소 시끄럽고 요란하기 짝이 없는 스포츠카만을 타왔던 터라 쥐죽은 듯이 조용한 아이들링은 시승 기간 도중 시동버튼을 몇 번씩 켜고 끄기 다반사였다.  -편집장 J-



소감(所感) – K500h가 우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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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00h의 배터리 성능이 별로 좋지 않은 듯하다. 물론 계절로 봤을 때 겨울엔 배터리가 더 취약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배터리 용량이 모자란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차장을 다 빠져나오기도 전에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나더라.  –에디터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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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K500h의 가치는 아주 실용적이었다. 차를 잘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초보까지 누구나 쉽게 느끼고 체감할 수 있는 성능 관리에 집중했다. 덕분에 아주 대중적이고 친절하다. 아주 기본적인 주행부터 섬세한 감성 품질까지 일관적으로 말이다. 까칠한 자동차 마니아가 선택하지도 않겠지만, 적어도 이 차에게 혹평을 날리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에디터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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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지듯 스무스하게 나가는 주행감이야, 뒷자석에 앉아 천국처럼 즐겼다. 그런데 이 조용함은 어딘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내가 만약 면허가 있어서(그래, 나 무면허임) 차를 사야 한다면, 이 차는 도저히 살 엄두를 내지 못할 듯. 다들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피해다녀줬으면 좋겠는데… 닌자처럼 조용히 다니는 건 무섭잖아? 게다가 보행자 입장에서도 소리 없이 다가오는 젠틀함이 사고로 이어질까 두려운걸? 난 하이브리드 스타일은 아닌가 봐.  –에디터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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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를 빌어 솔직히 고백한다. 나는 지난 8년간 국산차를 배척(!)하고 수입차를 타는 등 분에 넘치는 생활을 해왔다. 그동안 신경을 끄고 살아서일까, 정말 많이 좋아졌더라.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장족의 발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럼 이제 구입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섣불리 답변하기가 어렵다.  -편집장 J-


누가 뭐래도 쎄라토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던 에디터였다. K500h와는 단 2~3시간의 만남을 가졌을 뿐인데 갑자기 쎄라토가 경운기처럼 불편하게 느껴진다. 인간이란…. 갖고 싶다. 너란 차. 왜 이제야 왔니. –에디터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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